키워드: 플로어타임, 자폐, 정서발달, 사회성발달, 인지발달
자폐스펙트럼 (ASD)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 많은 부모들은 혼란과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아이가 왜 눈을 마주치지 않는지, 왜 같은 말을 반복하는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해집니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혼돈스러워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이나 훈련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과 연결되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Floortime은 아동과 부모의 진정한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접근법입니다. 단순히 문제 행동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서발달, 사회성발달, 인지발달을 유기적으로 이끌어내는 전인적 방법이지요. 이 철학의 중심에는 스탠리 그린스팬 박사(Dr. Stanley Greenspan)가 있으며, 그의 대표 저서 『Engaging Autism』은 이를 실제로 실천하고자 하는 부모와 전문가에게 꼭 필요한 나침반입니다.
ASD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
그린스팬 박사는 ASD를 단순한 의사소통 장애나 사회성 결핍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이가 가진 고유한 발달 경로를 이해하려 했고, 그 안에 존재하는 관계 맺고자 하는 내면의 동기를 믿었습니다.
“그들도 세상과 연결되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익숙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입니다.”
『Engaging Autism』은 아동의 반복 행동, 감각 민감성, 의사소통 어려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또한, 그 행동을 억제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관계를 시작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아동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 거기서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플로어타임이란 무엇인가?
플로어타임(Floortime)은 DIR 모델을 바탕으로 한 접근입니다. DIR은 다음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D (Developmental): 정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해하고 지원합니다.
- I (Individual Differences): 감각, 운동, 정서 등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개별적인 차이를 존중합니다.
- R (Relationship-based): 관계를 통해 발달을 이끕니다.

예를 들어, 발달(D) 측면에서는 아이가 눈맞춤, 감정 공유,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정서적 기능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발달시켜가는지를 봅니다. 개인적 차이(I)를 이해하면, 아이가 소리에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몸에 닿는 감각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관계(R)는 이 모든 과정의 기반이 되며,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는 정서적 연결을 통해 발달은 더욱 촉진됩니다.
실제로 어떤 아이는 부드러운 말을 해도 반응이 없지만, 장난스러운 표정이나 과장된 몸짓에는 웃음을 보이기도 합니다. Floortime 에서는 이런 반응 하나하나를 단서로 삼아, 아이의 세계에 다가갑니다.
정서적 연결이 인지발달의 시작점
많은 사람들은 인지적 능력의 발달을 지식 습득이나 언어 표현 능력으로만 이해합니다. 하지만 『Engaging Autism』에서는 인지적 발달의 출발점이 정서적 연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아이가 다른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고, 관심을 나누며, 상호작용에 즐거움을 느끼는 경험이 바로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의 기반이 됩니다.
Floortime 에서는 아이의 관심사에 어른이 참여하고,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서적 확장’을 먼저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기차 장난감을 반복적으로 돌리는 아동이 있다면, 어른은 그 장난감의 움직임에 감탄하거나 소리를 내며 참여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모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상호작용 속에서 아이는 어른의 반응을 기대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이렇게 감정을 함께 느끼고 주고받는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점점 더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눈맞춤, 표정 반응, 웃음, 기다림, 요청 등의 상호작용은 모두 사고와 언어 발달이라는 기본적 두뇌 발달의 핵심입니다.
그린스팬 박사는 이를 “emotion is the engine of development”라고 표현합니다. 즉, 감정이야말로 발달의 원동력이란 뜻입니다.
『Engaging Autism』에는 여러가지 사례가 소개됩니다. 4살 ASD 아동이 처음으로 누군가의 감정에 반응하고, 놀이 중 역할을 바꾸며 상상 놀이로 확장해 가는 과정이 소개됩니다. 처음에 아이는 반복적이고 제한된 행동을 보이는 전형적인 자폐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서적 교류가 깊어지자 점점 더 유연하게 사고하고,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준까지 발달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정서적 연결이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인지 기능을 성장시키는 실제적 기반이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상에서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
『Engaging Autism』의 강점은 이론에 머물지 않고, 부모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Floortime은 특별한 장소나 시간에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밥 먹을 때, 목욕을 할 때, 잠자기 전 잠깐의 시간에도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과 관심에 귀 기울이면 그 순간이 최상의 플로어타임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씻기 싫어할 때 억지로 하지 않고, 거품으로 재미있는 놀이를 시작하며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며 재미있는 상호작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 연결하고, 연결을 통해 발달을 확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아이의 반응이 서서히 변하는 걸 느끼면서 부모 스스로도 아이의 내면에 다가가는 방법을 깨닫게 됩니다. 『Engaging Autism』은 그런 여정을 함께 걷는 따뜻한 동반자입니다.
저자 소개: 스탠리 그린스팬 박사
스탠리 I. 그린스팬(1941–2010)은 미국의 소아정신과 의사이자 발달심리학자로, DIR 모델과 Floortime을 창안한 선구자입니다. 그는 발달 지연, 자폐, 주의력 문제를 가진 아동의 치료에 있어 정서 기반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린스팬 박사의 연구와 이론은 현재도 전 세계에서 실천되고 있으며, 그의 철학은 수많은 부모와 치료사에게 감동과 방향성을 주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Engaging Autism』은 자폐 아동과 정서적으로 깊이 연결되는 길을 안내합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는 것보다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진짜 변화의 시작입니다. DIR플로어타임은 그 시작을 가능하게 해주는 따뜻하고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더 복잡한 사회적 상황에 적응해 나갈 수 있습니다. 『Engaging Autism』은 그 여정을 함께 걷는 믿음직한 안내서이자, 부모의 눈과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동반자입니다.
다음 글 예고: 『Engaging Autism』에 소개된 기능적 정서발달 단계(FECD) 중 가장 기본인 첫 번째 3 단계를 중심으로 이야기 해 볼께요.
기능적 정서발달 단계 FEDC 1 – 3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