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본 말을 계속 반복해요.”
“제가 며칠 전 했던 말을 갑자기 아이가 중얼거려요.”
“질문을 하면 제가 한 말을 따라말해요. 왜 그럴까요? ”
많은 부모님들이 자폐스펙트럼 아이를 키우며 겪는 흔한 고민 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말은 하는데, 그 말이 지금 상황과 무관하거나 너무 반복적이라면, 우리는 그 언어에 어떤 의미를 두어야 할까요?
사실 그 말들 속엔 아이가 전하고 싶은 감정, 기억, 메시지가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은 “반향어 (Echolalia)” 와 “지연된 반향어(Delayed Echolalia)”에 대해 비교하고 살펴보려 합니다.

🔖반향어와 지연반향어 어떻게 다른가요?
**반향어(Echolalia)**는 타인의 말을 그대로 따라 말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
엄마 – “밥 먹자”
아이 – “밥 먹자” (즉시 따라하기)
**지연반향어(Delayed Echolalia)**는 예전에 들은 말을 나중에, 전혀 다른 상황에서 반복하는 것입니다.
예:
며칠 전에 본 만화의 대사를 갑자기 혼잣말처럼 반복함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실제 상황과 무관하게)
📌 반향어가 꼭 “의미 없는 모방”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가 경험을 저장하고, 특정 감정이나 욕구를 표현하기 위한 자신만의 언어 전략일 수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 아동에게 반향어가 나타나는 이유
1. 언어 처리 방식의 차이 – 의미보다 ‘형태’를 먼저 익힘
- 예: “밥 먹자”라는 문장을 ‘그대로 한 덩어리’로 저장해 두었다가 상황과 상관없이 반복함
- 마치 오디오 클립처럼 저장된 문장을 ‘재생’하는 것과 유사
자폐 아동은 언어의 ‘의미(content)’보다 ‘형태(form)’를 먼저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 부족
대부분의 아동은 언어를 상호작용을 위한 도구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자폐 아동에게 언어는 꼭 상호작용 목적이 아닙니다. 감각적 경험이나 자기조절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 예: 말소리의 울림, 리듬, 억양을 즐기기 위한 **감각적 자기자극(stimming)**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 또는 말소리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3. 불안하거나 감각 과부하가 올 때의 자기조절 전략
스트레스나 감각 자극이 과도할 때,
익숙한 말을 반복함으로써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자기조절 전략을 사용합니다.
아이가 “그만해!”를 반복한다면 → 실제로는 “지금 이 상황이 힘들어요”라는 메시지일 수 있어요.
4. 모델링 학습
일반적으로 아동은 언어를 스스로 생성하기보다, **모델링된 말(주변에서 들은 말)**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발달과정의 모든 아동에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반향어는 일종의 언어 리허설입니다.
- 처음에는 그대로 따라 하지만, 점차적으로 의미 기반 언어로 전환해 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5. 인지 처리 속도의 차이
- 타인의 말을 듣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대답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그래서 먼저 들은 말을 반복하며 시간 벌기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Q: “오늘 기분 어때?”
A: “오늘 기분 어때?” (반복) → 몇 초 후 “좋아”
다시정리해보면:
| 기능 | 설명 |
|---|---|
| ✔️ 이해 신호 | “알았어요”의 의미로 반향 |
| ⏳ 시간 벌기 |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벌기 위한 반복 |
| 🧘 감각 안정 | 음성, 억양, 리듬을 통한 자기 진정 |
| 💬 의사소통 | 자신의 감정, 기억을 표현하려는 시도 |
| 🎧 언어 습득 | 모방을 통한 언어 구조 익히기 |
📌 Tip 반향어는 “의사소통의 시작점” 입니다.
단순히 “이상한 말버릇”이 아니라,
아이가 지금 가능한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말이 반복된다는 사실보다, 그 말 속에 어떤 감정이나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자폐스페트럼 아동에게 지연반향어가 나타나는 이유
언어를 ‘의미 전달’이 아닌 ‘감각적 기억’이나 ‘정서적 반응’으로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유 1: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 어려워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울 때, 예전에 들었던 말을 빌려 사용합니다.
예: “엄마 금방 올 거야, 걱정 마”
실제 의미: “지금 엄마가 없어서 불안해요.”
💬 이유 2: 안정감을 위한 자기조절 전략
익숙한 문장을 반복함으로써 불안이나 긴장을 완화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예: “다시 시작할까요?”
실제 의미: “화해하고 싶어요. 다시 놀고 싶어요.”
💬 이유 3: 아이 나름의 소통 방식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는 과거에 들었던 표현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해석하거나 표현하려고 합니다.
🧠 반향어와 지연반향어, 어떻게 다를까요?
| 구분 | 반향어 (Immediate Echolalia) | 지연반향어 (Delayed Echolalia) |
|---|---|---|
| ⏱ 시기 | 말을 들은 직후 바로 따라 말함 | 과거에 들은 말을 시간 지나서 반복 |
| 💬 예시 | 엄마: “밥 먹자” → 아이: “밥 먹자” | 며칠 전에 본 TV 광고 문장을 지금 말함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
| 🧠 목적 | 반복 연습, 즉각적 반응, 이해 확인 | 감정 표현, 의미 전달, 자기조절 |
| 🎯 맥락 | 현재 대화 상황과 일치 | 상황과 일치하지 않아 보일 수 있음 |
| 💡 해석 포인트 | 모방 언어로 기능을 익히는 과정일 수 있음 | 기억·감정·메시지 표현의 시도일 수 있음 |
🔄 반향어에 대한 이해와 전략
즉시 따라하는 말은 단순히 따라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의사소통 기능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 ✔️ 이해했음을 표현 (“밥 먹자” → “밥 먹자” = 응, 알았어)
- ❓ 질문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벌기 (“어디 가?” → “어디 가?” = 곧 대답할게요)
- 💬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전략 (사회적 대화의 규칙을 학습 중)
- 🧠 언어 구조를 내면화하려는 과정
반향어를 지원하는 실용적 전략들
1. 의미 연결하기
아이가 반복한 문장을 단절시키지 말고, 그 문장이 어떤 감정이나 행동에 연결되는지를 파악해 말해주기
아이: “밥 먹자”
부모: “그래, 배고프구나. 이제 밥 먹을 시간이야.”
이 방식은 반향어를 의미 있는 상호작용으로 확장시켜줍니다.
2. 모델링(Modeling)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반복적으로 모델링합니다.
아이: “놀자~ 놀자~”
부모: “엄마랑 같이 놀고 싶구나! 그러면 이렇게 말해볼까? ‘엄마, 같이 놀자!’”
이때 강요 없이 차분하고 반복적인 환경에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스캐폴딩(Scaffolding)
아이가 완전한 문장을 반복할 때, 그 일부만 바꿔서 의미 전달이 가능한 형태로 유도합니다.
아이: “밖에 나갈까?” (부모가 자주 쓰던 표현)
부모: “밖에 나가고 싶구나! 지금 가고 싶어?”
4. 반향어를 활용하여 대화 루틴 만들기
아이의 반복 언어를 이용해 예상가능한 루틴으로 사회적 대화 구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 예: 인사 → 반복 → 새로운 인사 학습
“안녕!” → 아이: “안녕!” → 부모: “오늘 기분은 어때?”
5. 부드러운 확장(Expansion)
즉시 멈추게 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언어 확장 기회로 활용합니다.
🛠지연반향어의 이해와 전략
DIR 플로어타임 에서는 아이가 사용하는 지연반향어를 감정, 의도, 상호작용의 단서로 봅니다.
즉, 말의 표면이 아닌 ‘맥락과 내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 DIR 플로어타임의 3단계 접근
- 관찰: 어떤 말을 반복하는지, 언제 그 말을 사용하는지를 유심히 본다.
- 공감과 연결: “그 말이 네가 좋아하는 장면이었지?”, “그 장면에서 기분이 어땠어?”
- 확장: 아이의 말에 감정을 연결하고 새로운 표현으로 유도한다.
예시 대화
아이가 혼자서 “도와주세요! 보스!”을 반복함 (게임 대사)
➡ 엄마: “지금 뭔가 힘든 일이 있었어?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 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나 혼자 못했어.”
이처럼 **지연반향어는 아이의 감정, 욕구, 과거 경험을 표현하는 ‘마음의 언어’**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플로어타임 대화 팁
| 상황 | 반응 예시 | DIR 관점 해석 |
|---|---|---|
| 아이가 “불 꺼주세요”를 반복함 | “어두운 방이 좋아?” / “무서운 건 아니고?” | 감각적 선호 or 정서적 반응일 수 있음 |
| 아이가 만화 대사를 반복함 | “그 장면이 재밌었어?” / “그럴 때 네 기분은 어땠어?” | 과거 경험을 현재 감정으로 연결 |
💡 소통을 돕기 위한 부모 팁
| 👍 이렇게 해보세요 | 🚫 이렇게는 피해주세요 |
|---|---|
| 🎯 반복되는 말(에코)을 의미 있는 표현으로 여겨주세요 | ❌ “제대로 말해!” “그건 아니야”처럼 중단하거나 지적하지 마세요 |
| 💬 의미 연결 언어를 사용해 아이가 말한 문장에 의도나 상황을 덧붙여 주세요 | ❌ 그저 무의미하거나 이상한 말로 치부하지 마세요 |
| 🎭 아이가 말한 스크립트나 역할극에 함께 참여해보세요 | ❌ 억지로 “정상 대화”를 강요하지 마세요 |
| 🧩 “그 말 들으니 ○○ 생각이 나네!”처럼 부드럽게 확장된 문장을 연결해보세요 | ❌ 그냥 반복만 따라하거나 반응 없이 넘기지 마세요 |
| 📚 그 상황이나 시각 자료와 함께 말의 의미를 연결해 주세요 | ❌ 말을 너무 빨리 고치려 들면 창의적인 시도가 멈춰버릴 수 있어요 |
지연반향어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 비교
DIR Floortime 외에도, 자폐 아동의 지연된 반향어를 이해하고 돕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이 있습니다. 각 접근은 서로 다른 철학과 목적을 갖고 있으며, 아이의 특성과 가정의 양육 철학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접근법 | 핵심 개념 | 장점 | 유의할 점 |
|---|---|---|---|
| DIR Floortime | 감정과 관계 중심의 소통 해석. 반복된 말 뒤에 있는 감정을 연결해줌 |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의미 있는 상호작용으로 확장 가능 | 언어 기술 자체의 빠른 향상보다 관계와 감정 중심 |
| 기능적 의사소통 접근 (Functional Communication Approach) | 반복된 말이 어떤 기능(요청, 항의, 자기조절 등)을 하는지 분석 | 반향어가 단순 반복이 아니라 목적이 있다는 점을 파악하게 해줌 | 기능 해석이 주관적일 수 있고, 상황마다 다르게 나타남 |
| 언어모델링 및 재구성 (Modeling & Recasting) | 아이의 반복된 말에 적절한 언어를 모델링해서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유도 | 아이의 흥미를 따라 확장 가능하고 실제 언어 사용에 도움이 됨 | 아이가 모델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효과 제한 |
| ABA 기반 언어행동 접근 (Verbal Behavior Therapy) | 반복된 말을 언어 기능(요구, 명명, 반향, 회답)으로 분류하여 기술적으로 지도 | 구조화된 학습으로 언어기술 향상 가능 | 감정이나 관계 맥락 없이 교정 중심으로 흐를 수 있음 |
| 사회적 이야기 & 시각 자료 | 반복된 상황에 대비한 스크립트 제공. 대체 표현을 시각적으로 학습 | 예측 가능한 언어 표현 제공, 반복 연습 가능 | 개별 감정 표현까지는 어려울 수 있음 |
반향어와 지연반향어는 아이의 ‘시도’입니다
때때로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때로는 바보같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의미 있는 표현의 시작점입니다. 아이는 소통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그 신호를 해석하고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주세요.
우리가 할 일은 그 시도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해주고 확장해주는 것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자료
- Prizant, B.M. & Rydell, P.J. (1984). Analysis of functions of delayed echolalia in autistic children.
- Greenspan, S.I. & Wieder, S. (2006). Engaging Autism.
- Wetherby & Prizant (2000). Autism Spectrum Disorders: A Developmental Perspective.
마무리하며
“왜 저 말을 또 하지?”라는 의문 뒤에는,
“그 말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라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지연된 반향어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아이의 정서적 기억, 감각 경험, 그리고 소통의 문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의 따뜻한 관찰과 기다림, 그리고 DIR 플로어타임 접근이 함께한다면,
그 문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할 것입니다.